[자막뉴스] "오리야, 너라도 살아 다행이다"…잿더미된 집에 망연자실

2022-03-08 0

[자막뉴스] "오리야, 너라도 살아 다행이다"…잿더미된 집에 망연자실

시커멓게 탄 사육장 안에 자그마한 동물 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.

기록적인 산불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거위 한 마리와 오리 두 마리입니다.

도망갔거나 불에 탔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헤어졌던 가족을 마주한 기분입니다.

"이제는 죽을 때나 운명이 다할 때까지 내가 키운다."

이 오리의 주인은 올해로 75살인 신원준 씨 부부입니다.

보금자리를 집어삼킨 산불을 피해 동물들을 모두 풀어주고 발달장애를 가진 딸과 몸만 빠져나왔습니다.

지자체에서 마련해 준 임시 숙소에 들어갔지만, 사람을 경계하는 딸은 낯선 공간을 꺼려 함께 올 수 없었습니다.

결국 딸을 다른 가족 집에 맡기면서 한순간에 이산가족이 됐습니다.

"나하고 떨어져 살지 못하고 항상 나하고 같이 내 품 안에 있단 말이에요. 그런데 안 떨어져 있으려 하는데 여기에 오려고 하는데도 오지를 못하죠. 답답하긴 나도 답답하죠. 이제. 데리고는 와야 하는데 못 데리고 오니까 나도 미치는 거죠."

79살 전옥순 할머니는 이번 산불로 집과 추억 모두를 잃었습니다.

세상을 떠난 남편과 출가한 자녀들의 사진을 한 장도 가지고 나오지 못해 맨손으로 숯더미를 헤집어 봤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.

옥계에서 불이 난 사실을 알고도 대비를 하지 않은 자신을 탓해봅니다.

"설마 우리 집에 불이 오겠나 그렇게 생각하고. 불이 온다고 생각했으면 먼 데서 지켜 서가지고 불이 올 것 같다 그러면 호스라도 준비해서 어떻게 할 텐데 그걸 생각을 못 했잖아요."

이번 강릉 옥계 산불로 동해에서 67채, 강릉에서 6채의 주택이 피해를 봤습니다.

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47명은 임시 숙소 또는 지인들의 집에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.

(취재: 이상현)

#강릉산불 #동해산불 #이재민

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

(끝)

Free Traffic Exchange